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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우루과이 탈락, MSN 이탈의 파급 효과
잡동사뉘
2016. 6. 1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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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몰락할 것 같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이영표 KBS 해설위원이 스페인의 조별리그 탈락을 예견했던 것에 이어, 코파아메리카를 앞두고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과감하게 전망을 내놓았다. 첫 번째 이유는 불안한 수비다. “지금 브라질의 둥가 감독이 너무 모험적인 줄타기를 하고 있다. 수비 라인을 전폭적으로 교체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 나섰던 수비라인과 2016 코파아메리카에 출전한 수비라인의 구성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전면 교체다. 1-7로 졌던 독일전에 마르셀루, 단테, 다비드 루이스, 마이콩이 포백 라인을 구성했다. 골문을 줄리우 세자르가 지켰다. 페루에 0-1로 당한 충격패 과정에서 구성된 수비 라인은 필리피 루이스, 주앙 미란다, 지우, 다니 아우베스다. 골문은 알리송이 지켰다. 아우베스 만이 2년 전 대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기록상으로 본다면 이번 대회에서 브라질의 수비가 특별히 나빴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단 두 골 만 내줬다. 실점 과정은 유사했다. 상대 역습 공격 과정에서 측면이 무너졌다. 배후에서 문전으로 진입하는 공격수의 침투에 무방비로 당했다. 페루가 넣은 골은 핸드볼 파울로 인한 오심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기 상황을 자초한 수비 불안이 없었던 일로 되는 것은 아니다.
7-1 대승을 거둔 아이티와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과정으로 실점했다. 아이티는 3전 전패로 탈락한 대회 최약체다. 브라질을 상대로 넣은 골이 유일한 득점이다. 브라질은 이미 5골 차 리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골을 줬지만, 플레이 상황은 정상적이었다. 자비롭게 내준 골이 아니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준결승전에서의 충격적인 탈락은 물론, 2011년과 2015년 코파아메리카 대회에서도 8강에서 좌절했던 브라질에게 수비 불안은 고질적인 문제였다. 애초에 브라질은 덜 먹기 보다 더 넣는 팀이었다. 플레이의 무게 중심은 앞쪽에 쏠려 있다. 포백 라인은 그래서 공격 능력을 겸비한 선수들로 구성되어 왔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비록 독일에 7골, 네덜란드에 3골을 내줬으나 이 두 경기 전까지 윙어에 가깝게 공격을 지원한 마르셀루, 후방 빌드업 능력이 탁월했던 치아구 시우바와 다비드 루이스 등의 센터백 조합은 효과적으로 기능했다. 둥가 감독이 부임하면서 포백 라인은 보다 안정적 성향의 선수로 재편됐다. 필리피 루이스와 미란다는 아틀레티코마드리드에서 철벽 수비의 일원으로 합을 맞췄던 선수들이다. 지우는 193센티미터의 장신으로 고공전에 강하다. 라이트백 아우베스 정도만 공격에 적극 가담하는 성향이다.
수비 라인의 미진한 공격 지원은 개인적 창조성을 무기로 공격에 나서는 브라질의 화력을 둔화시켰다. 상대 수비를 현혹시키기 위해선 미끼가 필요하다. 양 옆으로 줄 곳이 많아야 드리블과 패스 혹은 슈팅 등 선택을 내릴 때 공간이 생긴다. 후방 지원이 미비하니 공을 잡아 두고 공간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각자 소속팀에서는 나름 파괴력을 보였던 선수들이 대표팀에서는 둔탁해진 이유다. 수비적인 수비 라인을 구축한 브라질의 문제는 에콰도르전과 페루전을 무득점으로 마쳤고, 그것이 결정적인 탈락의 이유가 됐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네이마르가 브라질 공격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30% 이상이다. 그런 네이마르가 안나온다. 브라질이 조별리그는 통과하겠지만 8강에서 미국을 만나 탈락하고 둥가 감독이 경질되는 수순이 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전망했다. 상황은 김대길 위원이 전망한 것보다 더 처참했다.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했다. 이 대목에서 이영표 해설위원이 거들었다. “브라질은 지금 기대하는 수준보다 상당히 어려운 대회를 겪게 될 것이다.”
네이마르가 빠진 경기에서 브라질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도 네이마르가 콜롬비아와 8강전에서 허리 부상을 입고 이탈한 뒤 내리 2연패를 당했다. 2015 코파아메리카에서는 네이마르가 징계로 이탈한 뒤 탈락했다. 네이마르가 뛴 경기에서 브라질은 과정이나 내용이 어떻든 결과를 가져왔다. 둥가호가 그나마 지금까지 이어져온 배경에 네이마르의 개인 능력이 있었다.
▦ 29년 만의 조별리그 탈락, 브라질 무엇이 문제였나
과거 브라질은 네이마르 수준의 선수를 여럿 보유했다. 지금 브라질은 세대교체 과정의 과도기다. 안방에서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는 브라질은 전력을 집중시키지 못했다. FC바르셀로나는 네이마르가 코파와 올림픽에 모두 출전하는 것은 불허했다. 의무 차출은 한 해에 하나의 국제 대회에만 가능하다. 브라질은 자국에서 여는 올림픽을 택했다. 올림픽은 브라질이 지금까지 우승해보지 못한 유일한 국제대회다.
브라질이 코파아메리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1987년 이후 29년 만의 일이다. 당시에는 3개조에서 각 조 1위와 전 대회 우승국 우루과이가 4강에 오르는 방식으로 대회가 진행됐다. 브라질의 최종 성적은 5위였다. 1916년에 대회가 시작된 이래 브라질이 조별리그에서 떨어진 것은 2016년 백주년 대회까지 단 두 번 뿐이다. 이번 대회에서 브라질은 9위 이하의 성적을 거두게 됐고, 이는 대회가 생긴 이래 최악의 성적이다.
브라질이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진 것을 네이마르 한 명의 부재로 설명할 수는 없다. 브라질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악재가 많았다. 월드컵 남미예선전에서 브라질 공격을 이끌어온 베테랑 공격수 히카르두 올리베이라, 바이에른뮌헨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킨 윙어 더글라스 코스타, 코스타의 이탈로 대체 발탁된 카카, 개인 사정으로 빠지게 된 수비형 미드필더 루이스 구스타부 등 네이마르를 포함해 주력 선수 6명이 대회에 임하지 못했다.
둥가 감독이 전술적 이유로 배제한 선수까지 포함하면 브라질의 선수 자원은 여전히 탄탄한 편이다. 전략적 판단 미스, 부상이라는 악재, 그리고 대회 기간 오심의 불운 등 모든 부정적 요소가 결합되어 브라질의 역사적 탈락으로 귀결됐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브라질은 지금 변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이번 대회를 우승하기 보다 2018년 월드컵을 준비하겠다는 현실적인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승하지 않아도 괜찮았겠지만, 조별리그 탈락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실패다. 페루전 관중석에서 나온 브라질 팬들의 야유는 자국 선수들을 향하고 있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8강 탈락이라는 성적을 내고 경질됐던 둥가 감독의 자리가 위태롭다. 카를루스 아우베르투 페헤이라,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헤어진 감독과의 재결합은 또 한번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수아레스 없는 우루과이도 탈락, 압도적이었던 메시의 존재감
네이마르 없는 브라질이 탈락한 것에 앞서, 이미 루이스 수아레스가 부상으로 뛰지 못한 가운데 우루과이가 C조에서 두 경기 만에 탈락했다. 멕시코와 베네수엘라에 2연패를 당했다. FC바르셀로나에서 2014/2015시즌 트레블, 2015/2016시즌 더블 달성을 이루며 역대급 트리오로 평가 받은 MSN은 이번 코파아메리카의 흥행 열쇠였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아예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고, 메시 만이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네이마르와 수아레스가 없는 브라질, 우루과이는 무력했다. 두 선수 없이도 좋은 팀이지만, 다른 팀을 압도할 만한 불꽃을 보여주지 못했다. 축구 경기에서 상대를 무너트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몰라서 못 막게 하는 것. 알아도 못 막게 하는 것. 혜성처럼 나타난 스타, 그리고 이변이 발생하는 과정에는 전자의 사례가 많다. 현대 축구에는 이변의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경기 비디오 등 상대 전력을 분석하기 위한 양질의 자료를 쉽게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철저한 분석을 해도 경기 중 발생하는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순 없다.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상대에 대해선 분석을 덜 하는 경향도 있다. 전술의 발달로 상대의 공격 창조성에 숨통을 조이는 방식은 전 세계에 널리 보급됐다. 조직화된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무너트리기 위해선 알고도 못 막는 비기를 단련해야 한다. 현대 축구에서 일방적 경기를 보기란 쉽지 않다. 경기에 차이를 만드는 ‘크랙’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파나마와의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가 마침내 등장하면서 그 증거가 됐다. 스페인 법원 출석으로 인해 대표팀 소집에서 중도 이탈했던 메시는 컨디션 문제로 칠레와 첫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코파아메리카가 개막한 이후 관중석의 중립 팬들이 가장 열광한 순간은 메시가 출전을 위해 몸을 풀던 순간이다. 메시는 파나마에 1-0의 아슬아슬한 리드를 하던 후반 16분에 아우구스토 페르난데스 대신 투입됐다.
메시는 투입 7분 만에 상대 실수를 틈타 가벼운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었고, 후반 33분에는 절묘한 왼발 프리킥을 꽂아 넣었으며, 다시 9분 뒤에 깔끔한 왼발 슈팅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후반 45분에는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골을 이끈 장거리 로빙 패스를 배달했다. 메시가 들어오면서 파나마의 밀집 수비는 와르르 무너졌다. 답답하던 경기는 단숨에 골 잔치로 바뀌었다.
메시는 그가 없던 경기에서 측면의 가이탄, 전방의 이과인, 중원의 바네가가 했던 돌파, 마무리, 패스 등 모든 역할을 홀로, 훨씬 더 효과적으로 수행했다. 차원이 다른 선수라는 것을 30분 만에 입증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네이마르와 수아레스도 브라질과 우루과이에서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MSN 트리오의 이탈이 미친 영향은 단지 해당 선수를 보유한 팀 만의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 USA 2016’은 ‘유로2016’에 대한 아메리카 대륙의 대답이었다. 모든 대륙 대회는 월드컵 다음 가는 권위를 가진다. 그 중 유로 시리즈만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빠진 월드컵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전 세계인의 관심을 모아왔다. 정작 역사는 ‘코파아메리카’가 더 길지만, 상업적으로나 국제적 관심은 유로에 미치지 못했다.
유로가 열리는 해 여름, 100주년을 기념해 남미축구연맹과 북중미축구연맹이 합착한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는 축구의 불모지로 알려진 북미와 마케팅 능력과 대회 인프라 면에서 세계 수준에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중남미가 유럽이 거둔 화려한 상업적 성공에 대항할 수 있다는 포석의 의미를 갖는다. 남미 선수권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대회가 미국에서 열린 이유는 흥행성에 있다.
야심차게 추진되고, 성사된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가 삐걱거린 것은 남미 축구가 낳은 최고의 트리오로 불리는 MSN의 공백이다. MSN 트리오는 코파아메리카 흥행을 이끌 삼두마차로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가진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그리고 월드컵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한 브라질은 세 선수의 존재로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이들의 직접 맞대결에 쏠린 관심은 전지구적이었을 것이다. 운명이라는 게 묘하다. 셋은 절묘하게 코파아메리카와 인연이 어긋났다.
▦ 조별리그 스타…캄포스-베네가스 원더골, 신성 마를로스, 노장 블라스 페레스
코파아메리카는 MSN 트리오를 대신할만한 스타를 아직 찾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의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2승으로 8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 외에도 스타가 많지만, 메시가 없는 경기에서 팬들을 흥분시키지 못했다.
우루과이의 에딘손 카바니는 수아레스의 대안이 되지 못했다. 브라질은 필리페 쿠치뉴가 대회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신성 가브리엘 바르보사(20, 산투스), 루카스 리마(26, 산투스) 등이 A매치 데뷔골을 넣었으나 약체 아이티를 상대로 한 결과라 큰 의미가 없었다. 결국 두 팀 모두 탈락했다.
코스타리카의 베네가스는 화끈한 오른발 슈팅을 자랑했다.
개최국 미국의 바비 우드(24, 함부르크SV/독일)는 멋진 골을 넣으며 8강 진출에 기여했으나 대회 전체의 판을 흔들만한 그릇은 아니었다. 콜롬비아를 가장 먼저 8강에 진출시킨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2014 브라질월드컵과 비교하면 번뜩임이 떨어진 모습이다. 신성 마를로스 모레노(20, 아틀레티코나시오날/콜롬비아)가 이미 8강이 확정된 후에 치른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파괴적 돌파와 슈팅 정도가 대회 잔여 일정에 기대를 해볼만한 요소다.
멕시코와 베네수엘라는 8강 이상을 넘 볼만한 경기력을 보였으나 팀 플레이가 강점이다. 미완에 그쳤지만 파나마의 돌풍을 이끈 노장 공격수 블라스 페레스(35, 벤쿠퍼화이트캡스/캐나다)의 결정력과 헌신, 리더십은 코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저력이었다.
코스타리카의 요안 베네가스(28, 몬트리롤임팩트/캐나다)는 팀의 탈락에도 콜롬비아전에 화끈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 득점을 올리며 자신의 이름을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볼리비아는 승리 없이 탈락했지만 야스마니 캄포스(28, 카즈마/쿠웨이트)의 프리킥 득점은 조별리그 최고의 골이이었다. MSN을 대신할 슈퍼스타는 찾지 못했지만, 코파아메리카는 브라질의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사건과 더불어 흥미롭게 반환점을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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